[기고] 표선면 가시리 폭낭 연리목이 전하는 말
4·3의 광풍이 휩쓸고 간 그 자리, 지금은 잃어버린 마을이 되어버린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새가름과 종서물 마을 중간쯤의 길가에 폭낭 연리목이 자리 잡고 있다. 사랑하는 이들을 지켜주지 못한 무력감에 분노와 절규가 가득했던 그때, 피눈물로 범벅진 주검들을 부둥켜안고 다시 살아 돌아오기를 바라던 그 처절한 몸부림들을 숨죽여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어린 팽나무 가족들은 얼마나 무서웠을까. 오죽 험한 세상이었으면 말 못 하는 어린나무들조차 서로를 붙들게 만들었을까. 서로 맞닿은 피부의 껍질이 벗겨져 살로 파고드는 아픔을 함께 견디고 살아내어, 진정 그날을 잊을 수 없음을, 잊지 않았음을 보여주듯이, 결국 우리 앞에 우뚝하니 서 있다. 그리고 너희는 절대 헤어지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그날의 한 맺힌 기억들과도‘절대로 작별하면 안 된다’라는 속 깊은 말들을 햇살과 바람의 기운을 빌어 들려주는 듯하다. 어쩌면 한강 작가도 폭낭 연리목의 소리 없는 외침에 이끌려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의 배경으로 가시리를 삼았을 수도 있었겠다, 라는 생각도 가져본다. 동백꽃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제주의 봄, 4월은 해마다 찾아오는 단순한 달이 의미가 아니다. 떠올리기조차 두려운 엄혹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