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차바’가 제주도를 휩쓸고 간 지난해 10월 5일, 제주시 병문천 제3저류지 붕괴사고와 한천 하류 범람사태는 저류지 부실시공과 관리소홀이 한 몫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천 범람은 천재지변일 뿐만 아니라 인재이기도 한 셈이다.
제주도 감사위원회는 25일, 제주도의회가 청구한 ‘하천 저류지 설계·시공 및 관리실태’를 조사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차바 내습으로 폭우가 쏟아질 당시, 병문천 제3저류지는 제방 10m가량이 무너지면서 저류지 기능을 상실했고, 이는 병문천이 넘치는 사고로 이어졌다.
감사위는 제방이 무너진 원인에 대해 제방을 축조할 때는 규정에 의거해 흙을 단단하게 다져야 하나, 단지 흙쌓기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제방을 보호하기 위한 잡석쌓기는 규격이 100mm인 돌로 하도록 설계했지만 실제로는 100~500mm 크기의 돌로 쌓았고, 제방의 둑마루 폭은 4m 이상이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10m가량을 3m로 설계하고 시공했다고 지적했다.
또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제주시청은 그대로 준공 처리를 했다는 것이다.
감사위원회는 설계·시공업체 및 기술사에게 부실 벌점을 부과토록 요구하는 한편, 보강공사를 하도록 시정·통보했다.
저류지가 제구실을 못하면서 한천이 범람한 원인은 이뿐만 아니었다. 당시 제2저류지의 제4지에는 빗물이 전혀 유입되지 않으면서 저류지 기능을 상실했는데, 제주시청에서는 원인을 규명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감사위는 제4지의 둑이 높아서 제3지의 물이 제4지로 흘러들어가지 못한 것으로 판단하고 개선을 요구했다.
또 한천 상류에서 내려오는 자갈과 모래 등을 조절하는 사방댐과 부유물을 차단하기 위한 스크린을 한천 제2저류지 상류지점에 각각 1개씩 설치했지만, 제주시청에서는 관리 소홀로 사방댐과 스크린의 존재 여부를 알지 못한 채 방치한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
여기에 더해 제주시내 5개 하천에 설치된 저류지에 퇴적물이 쌓이는 등 문제가 있는 데도 불구하고 제주시청에서는 준설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위는 제주시장에게 부실 설계·시공에 따른 저류지 붕괴 및 이로 인한 하천 범람 등이 재발되지 않도록 종합대책을 수립하라고 요구하는 한편, 부실 설계·시공 및 관리부실 책임을 물어 제주시청에 대해서는 기관경고(엄중경고) 조치를 취하라고 제주지사에게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