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축구팀과 아름다운 이별을 맞았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 대표팀은 지난 16일(이하 한국시간) 태국 빠툼타니의 탐마삿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아세안축구연맹(AFF) 미쓰비시일렉트릭컵 결승 2차전 태국과의 맞대결에서 0-1로 패했다. 1·2차전 총합 2-3으로 패한 베트남과 박항서 감독은 동남아 최강 태국의 벽을 넘지 못하고 고개를 떨궜다.
지난 2017년 10월 베트남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박항서 감독은 그간 굵직한 기록들을 써왔다. 2018년 AFC U-23 챔피언십 동남아 최초 준우승을 시작으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첫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어 베트남의 10년 만의 AFF컵(당시 스즈키컵) 우승까지 만들어내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 2019년에는 AFC 아시안컵에서 8강에 올랐고 동남아시안(SEA) 게임 2연속 우승에도 성공했다. 박항서 감독 덕에 베트남은 7년 만에 FIFA(국제축구연맹) 100위권에 진입했고 사상 최초로 사상 첫 월드컵 최종예선에도 진출했다.
그야말로 전인미답의 업적을 남긴 박항서 감독은 그렇게 베트남 국민들과 아쉬운 작별을 고했다. 이번 대회를 주관한 AFF 또한 동남아시아 축구를 주름잡은 명장의 ‘라스트 댄스’를 함께 아쉬워했다.
연맹은 결승이 마무리된 후 박항서 감독의 모습을 담은 영상과 “Goodbye and Thank you, Coach Park(박항서 감독님 안녕히 가세요 그리고 고맙습니다)”라는 문구를 업로드했다. 영상 속의 박항서 감독은 패배의 아픔에도 불구하고 경기장을 돌며 태국까지 원정 응원을 와준 베트남 팬들에게 일일이 손을 흔들었다.
그렇게 약 5년 3개월의 길었던 동행이 마무리됐다. 계약기간은 1월 31일까지로 조금 남았지만, 그 시기에 베트남 대표팀이 펼칠 경기는 없다. 이제 박항서 감독은 차분한 마음과 함께 본격적인 이별을 준비할 예정이다.
박항서 감독은 "태국 선수단과 알렉산드레 폴킹 감독에게 축하의 메시지를 전한다. 베트남 팬들에게 꼭 우승을 선물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하다"면서 "5년간 큰 격려를 받았다. 가장 아쉬운 것은 사랑하는 선수들과 같이 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고별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