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5일(현지시간) 오전 네팔 여객기가 추락한 가운데 한국인 탑승자 2명의 신원이 밝혀졌다.
16일 외교부 등에 따르면 사고 여객기에 탑승한 한국인은 육군 상사 45살 유 씨와 그의 14살 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 씨는 지난 14일 방학을 맞은 아들과 함께 여행하려 네팔로 떠났고, 여객기 탑승 전까지도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가족과 연락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항공기에는 한국인 2명을 비롯해 인도인 5명, 러시아인 4명, 아일랜드인 1명, 호주인 1명, 프랑스인 1명, 아르헨티나인 1명 등 외국인 15명도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가 발생하자 외교부는 15일 오후 재외국민보호대책회의를 열고, 주네팔대사관과 화상회의를 개최해 현지 상황을 보고받는 등 관련 대책을 논의했다. 주네팔대사관은 사고 현장에 영사협력원을 급파해 탑승자의 생존 여부를 확인 중이다.
앞서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이날 오전 10시 32분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이륙한 네팔 예티항공 소속 ATR72기는 11시쯤 도착지인 포카라 공항 인근의 세티 협곡에 추락했다고 전했다. 당국은 헬기와 수백 명의 구조대원을 동원해 구조작업을 벌였고, 사고 현장에서 이미 68구의 시신을 발견했지만 아직 승객 4명은 실종 상태다.
네팔 공항 대변인은 날이 어두워져서 수색을 중단한 상황이며, 이튿날 수색을 재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재 사고 비행기의 잔해가 가파른 산비탈과 협곡 등에 흩어진 상태라 수색 작업에도 상당한 어려움이 뒤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시신 중 일부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일부는 아직 협곡 등에 남아 있으며 시신 상당수는 훼손이 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가 발생한 네팔 포카라는 카트만두에서 북서쪽으로 140㎞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휴양 도시로, 평소 현지 항공 관계자들 사이에서 이착륙이 까다로운 곳으로 꼽힌다.
포카라의 위치가 안나푸르나 등 8000m급 히말라야 고봉에서 불과 수십㎞밖에 떨어지지 않은 고지대라 이착륙 때 여러 높은 산 사이를 곡예 하듯 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포카라 공항 측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여객기가 공항에 접근하다 갑자기 추락했다며 “항공기는 1만 2500피트 상공에서 순항하면서 정상적으로 강하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현지 주민들은 항공기가 좌우로 흔들리다 갑자기 협곡으로 급강하하면서 추락했고, 기체의 절반은 협곡 아래 강으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사고가 난 항공기는 제작된 지 15년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고는 1992년 이후 네팔에서 약 30년 만에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사고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파키스탄 국제항공 소속 에어버스 A300 여객기가 카트만두로 접근하다 절벽에 추락해 탑승자 167명 전원이 사망했다. 또 지난해 5월에도 네팔 타라에어 소속 소형 여객기가 포카라를 이륙해 20분 거리의 무스탕 지역 좀솜으로 향하다 추락했고, 이때도 22명의 탑승자 전원이 사망한 바 있다.
한편 네팔 당국은 구조헬기를 추락 현장으로 투입했으며 수백 명의 구조대원이 산비탈 추락 지점을 수색하고 있다. 푸슈파 카말 다할 네팔 총리는 긴급 각료회의를 소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