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변호사 피살사건'으로 20여 년 만에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에게 대법원이 살인 혐의를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이 피고인의 살인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면서, 23년 넘게 미제로 남아있던 이 사건은 다시 미궁에 빠지게 된 것이다.
12일 대법원은 살인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김 모 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한 원심을 뒤집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 제주재판부로 파기환송했다.
재판부는 김 씨의 제보 진술이 주요 부분에서 객관적 사실과 배치되고, 범행 현장 상황 등을 종합하면 살인의 고의와 공모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제주도에서 폭력조직원으로 활동했던 김 씨는 지난 1999년 11월 5일 동료인 손 모 씨와 함께 변호사 이 모 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용의자가 특정되지 않으며 사건은 장기 미제로 분류됐다.
하지만 지난 2019년 10월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여긴 김 씨가 한 방송에서 범행을 자백하는 취지의 인터뷰를 하면서, 수사기관이 재수사에 나섰다.
대법원 관계자는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의 진술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하고 공소사실을 입증할 만한 신빙성을 갖췄는지 더 신중하게 판단할 것을 하급심에 요구한 판결”이라며 “무죄추정의 원칙을 강조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