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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다르다’와 ‘틀리다’

김계숙 서귀포시 자치행정과

우리 말에 ‘다르다’와 ‘틀리다’가 있다. 우리는 습관적으로 이 두 단어를 같은 말로 사용하고 있다.

 

대화할 때 어떤 사람이나 사물의 차이를 ‘틀리다’라고 자주 혼동하여 쓰게 된다. ‘요즘 애들은 사고방식이 우리와 너무 틀려’, ‘팀장님과 나는 이 민원에 대한 입장이 틀려’등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틀리다’는 셈이나 사실 따위가 그르게 되거나 어긋나는 것을 뜻한다. ‘다르다’는 비교가 되는 두 대상이 서로 같지 아니하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럼에도 무의식적으로 다르다를 틀리다로 표현하고 있다. 나 또한 최대한 ’틀리다‘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순식간에 입에서 튀어나오곤 한다.

 

말은 생각을 담는 그릇이다. 언어가 의식을 반영한다는 관점에서 볼 때 ‘다르다’와 ‘틀리다’의 혼용은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나와 ’다른 것‘을 불편해하고 쉽게 받아들이지 못해 ‘틀린 것’으로 배척하고 있지는 않은지 곱씹어 볼 일이다.

 

차이와 다름이 틀림이라는 부정적 언어에 갇히게 되면 모든 것을 옳거나 그른 것의 범주로 규정하려 한다. 이는 편견과 차별, 갈등과 소외의 문제로 이어진다. 

 

현재 우리 사회에는 인정해야 하는 많은 다름이 있다. 남자와 여자, 노인과 젊은이, 나와 동료, 원주민과 이주민, 개발과 보존, 도시와 농촌 등.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처럼 재단할 때 사회는 갈등과 반목을 거듭하게 된다.

 

百人百色(백인백색)이란 말이 있다. 10명이 모이면 10개의 시선이 있고 100명이 모이면 100개의 시선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사는 제주특별자치도에는 68만 개의 시선이 있는 셈이다. 이처럼 수많은 시선을 모아 정책을 만들고 지역공동체를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행정이 역할이다. 그렇기에 나 또한 나와 다른 것을 ‘틀리다’는 시선으로 보며 갈등하고 반목하지 않는지 반성해 본다. 

 

 

제주교통복지신문, TW News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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