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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청렴, 그때가 떠오른다

김현숙 서귀포시 안덕면 부면장

공직사회가 청렴을 화두로 술렁일 때마다 나는 그때가 떠오른다.

 

딸아이가 초등학교 시절, 반장 선거에 미끄러졌다며 축 처진 어깨로 울먹이며 돌아왔다. 표 차이는 딱 한 표, 나는 궁금했다.

 

“너는 누구 적었는데?”

“친구 000 적었는데”
“너 반장 하고픈거 아니였어? 그럼 너 이름을 적어야지”
“어떻게 내 이름을 적어. 그건 좀 그래”
“다음부턴 꼭 너 이름 적어. 다들 그렇게 한대.” 


반장선거에서 아이들이 자신의 이름을 적어낸다는 엄마들의 말을 익히 들어왔던 터라 딸아이를 채근했다. 하지만 다음 해에도 여전히 자신의 이름을 적어내지 못한 딸아인 또다시 한 표 차이로 미끄러져 돌아왔다.

 

“엄마. 내 이름 쓰고 싶었는데 쓸 수 없었어. 기분이 이상해서......” 아이는 고개를 떨구며 어깨를 들썩거렸다. 순간 멍함과 화끈거림, 그리고 뜨거운 뭉클함이 동시에 나를 찾았다. 나약하게만 보였던 어린 딸아인 청렴 속에 강건하게 서 있었고 나는 청렴 밖으로 나동그라져 있었다.

 

“잘했네 우리 딸. 친구 이름 적는 게 진정한 경쟁이지. 엄마가 힘들게 해서 미안해.” 부끄러움과 함께 그날, 나는 청렴을 알게 되었다.

 

요즘도 공직사회의 화두는 단연 청렴이다. 해마다 청렴을 지향하는 다양한 평가와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우리를 무장시킨다. 하지만 TV에서 인터넷에서 혹은 지면에서 흔들리는 청렴을 마주하는 우리는 시민들 앞에 여전히 송구스럽다.

 

어떠한 일을 행할 때 이상해졌던 그 마음. 불편한 그 느낌. 분명하고 선명하게 전해주는 내 마음 속 신호.

 

어린 딸아이가 했던 것처럼 내 마음 속에서 보내오는 신호를 온전하게 받아들이자. 청렴의 해답이 그 신호에 있으므로, 받아들인 신호가 반짝거리는 청렴이 되어 비로소 우리를 강건하게 세워줄 것임으로.

 

 

제주교통복지신문, TW News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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