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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큰 기대를 했나, 협재 수우동

  • 이영섭 gian55@naver.com
  • 등록 2017.03.05 13:16:52

협찬에서 자유롭지 못한 수많은 미식 프로그램 중 비교적 공정하다고 평가받는 TVN 수요미식회.


그전에도 상당히 영업이 잘 되는 편이었지만 이 수요미식회에서 소개된 후 소위 말하는 대박을 터뜨린 집이 있다. 협재해변에 위치한 우동·돈까스 전문점 '수우동'이 바로 그곳이다.


▲ 참여한 모든 패널들에게 극찬을 받은 협재 수우동


1세대 게스트하우스로 유명한 쫄깃센터 인근, 협재해변 입구에 위치한 이 집은 협재 바다를 바라보는 구옥을 개조한, 10테이블 내외 규모의 조그마한 음식점이다.


수요미식회 소개 후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의 숫자가 급증했을뿐더러 워낙 그 규모가 크지 않아 이곳에서 식사를 하려면 기본 1~2시간은 기다려야 하며, 주말에는 아침 일찍 하루 예약이 완료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문제는 예약을 하려면 전화가 아닌 현장 접수가 필수라는 것. 육지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우스개소리로 협재 근방에 숙소를 잡고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달려가 접수를 해야 점심 시간에 식사가 가능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식사는 11시부터 가능하지만 예약은 새벽 7시부터 가능하기 때문이다.


 


▲ 협재 해변 바로 앞, 비양도가 바라다보이는 뷰 또한 수우동의 매력이다.


이곳을 이용하려면 예약을 위해 몇시간 전 미리 방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차문제 역시 미리 고민할 필요가 있다. 무턱대고 내비게이션이 시키는대로 음식점 앞까지 차를 몰고 가봤자 만차인 확율이 높기 때문이다. 좁은 골목길에 위치해있어 근방에 차를 댈 곳도 마땅치 않다. 때문에 협재 해수욕장 초입 주차장에 주차를 한 후 천천히 걸어가는 것이 편하다.


여담으로 이곳이 찾는 관광객들로 인해 근방 골목길 돌담 이곳저곳에 주차금지 팻말이 부착되기 시작했다.  돌담길을 따라 고즈넉한 산책을 즐기던 근방 주민들과 관광객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일이다.


▲ 한적한 마을, 고즈넉한 돌담길과는 어울리지 않는 주차금지 팻말이 안타깝다.


이처럼 찾아가기도, 식사를 하기도 만만치않은 곳이지만 수요미식회에서 극찬을 받은 돈까스와 냉우동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한번쯤 꼭 가보리라 마음을 먹고 있었다.


마침 들불축제 취재를 위해 근방을 지나던 차 수우동에 들러보았다. 시간은 금요일 오후 12시 반, 주말도 아닌데 괜찮겠지 안심했으나, 역시 만만치 않다. 3시 반부터 5시까지 이어지는 브레이크 타임, 그 브레이크 타임 전에 식사가 가능한 마지막 순번에 간신히 예약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평일임에도 무료 2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 우리 바로 뒤에 입장한 여자 관광객은 공항에서 1시간 반을 달려왔는데 식사가 안되는 게 말이 되냐고 불만을 터뜨린다. 이쯤되니 2시간을 기다리는 것쯤은 별 것 아니게 느껴질 정도다.  


그렇게 긴긴 인내의 시간을 지나 드디어 테이블에 착석하는데 성공했다. 바닷가로 향해있는 통유리 너머 비양도가 바라다보인다. 역시 소문대로 돈까스집으로는 지나치게 훌륭한 뷰다.


▲ 이런곳에서 돈까스를 먹어도 되는 건가 황송할 정도의 뷰


테이블의 숫자가 적은데 반해 주방과 홀의 직원수가 넉넉해서 음식조리와 서빙은 금새금새 이루어진다. 첫번째로 나온 음식은 돈까스(대). 일반 돈까스가 9천원, 돈까스(대)는 13,000원인데 그래봐야 돈까스 두덩이인지라 성인이라면 (대)를 시킬 수밖에 없다. 돈까스치고는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돈까스를 집어들고 한 입 맛을 본다. 음... 뭐랄까, 분명 튀김옷의 바삭함과 고기의 질감. 익힘 정도 모두 훌륭하다. 마지막 한 조각을 먹을 때까지도 고기의 촉촉함이 유지될 정도로 고기 자체가 머금고 있는 육즙이 풍부하다. 하지만... 이정도 돈까스는 서울 뿐 아니라, 제주에도 있다. 거기에 가격이나 양을 생각하면 경쟁력도 조금 떨어진다. 굳이 평가를 하자면 이집의 돈까스가 13,000원의 가격에 95점이라면 제주의 OOO 돈까스는 90점 정도의 퀄리티를 유지하면서 가격과 양에서 훨씬 앞서나간다.


▲ 돈까스(대)의 양이 이정도. 성인이라면 딱 적절한 양이다.


물론 제주에 자주 올 수 없는 관광객들의 경우 그 작은 차이를 위해, 그리고 지나치게 훌륭한 이 뷰를 SNS에 올리기 위해 이정도 가격은 지불할 가치가 있을 듯하다. 다만 제주도민의 경우라면 그 작은 차이를 위해 몇시간 전부터 예약을 하며 이정도 가격을 지불하기에는 망설여질 듯하다.


돈까스만큼이나 극찬을 받았던 냉우동, 정확히는 자작냉우동도 맛을 보았다. 본래 이 집 사장님은 서울에서 10년 이상 피자 반죽을 해오던 분으로 알려져있다. 밀가루 반죽에 있어서는 장인인 셈이다. 그런 사장님이 직접 반죽한 냉우동의 면빨은 소문대로 쫄깃함을 넘어 탱탱함까지 느껴진다. 고명으로 얹어진 튀김을 맛본 후 탱탱한 면빨을 한껏 흡입하니 입안 가득 만족감이 차오른다.


많은 네티즌들이 추천한대로 냉우동을 절반 정도 먹은 후 계란의 배를 갈라보니 따끈한 노른자가 주르륵 흘러내린다. 탱탱한 면빨에 이 노른자를 적셔 먹으니 그 맛의 변화가 놀라울 정도다.


▲ 이집의 대표 메뉴 중 하나인 자작냉우동.


냉우동과 냉모밀을 워낙 좋아해서 서울에서도 우동 한그릇에 몇만원하는 고급 일식집을 꽤 들락거렸지만 이집 냉우동은 확실한 자신만의 무기를 갖고 있다. 돈까스에서 약간 갸우뚱하던 고개가 우동을 맛보고 나니 절로 끄덕여진다. 냉우동을 좋아하는, 가쓰오부시의 향을 사랑하는 미식가라면 이 집 우동은 한번쯤 맛볼 가치가 있다.


다만 앞서 언급한대로 평일에도 몇시간 전에 예약을 해야 하는, 그것도 시내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진 협재에 위치해있어 도민들의 맛집으로 추천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협재 해변이나 한림 공원 등에 놀러갈 일이 있다면 한번 정도 그 맛을 즐겨볼 가치는 있다. 그 후에는 관광객들에게 양보해주는 미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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