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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제주, 차가운 속을 따뜻하게 해줄 국밥 한 그릇

  • 이영섭 gian55@naver.com
  • 등록 2017.01.02 18:49:12

[제주 맛 집, 국밥 편]

연일 영하 권을 오르내리는 육지의 강추위를 피해 제주로 겨울 여행을 온 여행객들에게는 조금 아쉬운 일일 수도 있다.

 

제주도 역시 춥다. 물론 한겨울에도 절대 온도는 항상 영상이고, 심지어 겨울 아침 기온이 10도를 넘어서는 일도 비일비재하지만 바람이 변수다. 바람이 잠잠하고 햇살이 따뜻한 날에는 외투가 거추장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따뜻하지만, 바람이 한 번 불기 시작하면 체감 온도가 뚝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밥이다. 제주의 칼 바람에 몸을 맡기고 이곳 저곳 관광을 다니다 보면 꽁꽁 얼어붙은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덥혀줄 국밥 한 그릇이 간절해진다.

 

특히 제주 여행을 자주 오는 편이라면 자신만의 국밥 집 몇 곳 정도는 발굴해놓는 것이 좋다. 제주는 관광도시이기에 음식값이 만만치 않으며 영업시간도 주인장 마음대로 들쑥날쑥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국밥 집들은 다른 장르에 비해 영업시간도 길고, 무엇보다 상대적으로 가격도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다음에 소개하는 곳들은 관광객과 도민들이 공통적으로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는 국밥집이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몇몇 가게의 경우 지난 1~2년새 몇 차례 가격 인상을 단행한 덕에 더 이상 저렴한 가격을 메리트로 내세우기는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선택은 본인의 몫이다.

 

제주공항에 내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그 집, 김희선 몸국


너무나 유명한 집이다. 일단 제주공항과 근접한 용두암에 자리를 잡고 있어 제주를 오가는 여행객들이 일정의 첫 식사, 혹은 마지막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용두암을 찾아오는 관광객들의 동선과도 겹쳐있어 지나가다 들리는 손님도 많은 편이다.

 

이 집의 주 메뉴는 몸국과 육개장, 성게미역국, 고등어 구이 등인데 대부분의 손님들이 몸국과 육개장 사이에서 고민한다. 몸국과 육개장, 이 둘 중 하나를 고르는 것은 마치 짜장면과 짬뽕 중 하나를 고르는 것과 비슷할 정도로 어려운 문제다. 두 메뉴 모두 제주 도민들뿐만 아니라 관광객의 입맛에도 잘 맞기 때문에 고를 때마다 매번 고민하게 되기 때문이다.

 

몸국과 육개장, 두 가지 국밥 모두 제주 음식답지 않게 육수가 진하고 강하다. 바디감이 묵직하고 풍부하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 때문에 제주 음식 특유의 간간하고 정갈한 맛을 힘들어하는 관광객들의 입맛에도 잘 맞다.

 

두 메뉴 모두 가격은 6,000원으로 크게 부담 없는 가격이다. 밑반찬도 그럭저럭 흉볼 곳은 없는 수준. 공항 근처에서 간단하게 한 끼를 해결하고 싶을 때 추천하고 싶다.

 

제주에 김희선몸국이 있다면 서귀포에는 미향해장국이 있다.


성수기에는 그나마 사정이 좀 낫지만 겨울 같은 비수기에 서귀포 지역의 숙소를 잡은 경우 아침식사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절대적인 음식점 숫자도 많지 않거니와, 그 중 아침 장사를 하는 집은 더더욱 귀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서귀포에 숙소를 잡고 아침 일찍 여정에 나서려면 속을 든든히 채울 수 있는 국밥 집 한 곳 정도는 미리 알아둬야 한다.

 

제주시에 김희선몸국이 있다면 서귀포시에는 미향해장국이 있다. 중문 대로변에 위치한 이 집의 주 메뉴는 소고기선지해장국, 단 하나다.

 

이 집 국밥은 김희선몸국과는 정반대로 정갈하고 깔끔하다. 그래서 시원하다. 고기 육수를 낼 때 아마도 여러 고기를 섞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는데, 비결이야 어쨌든 시원하고 깔끔한 맛이 일품이다.

 

해장국 말고도 이 집을 유명하게 만든 건 육지에서는 흔치 않은 물깍두기다. 관광객들이 깍두기와 물김치의 콜라보레이션으로 표현하는 이 물깍두기를 먹기 위해 일부러 이 집을 찾는 손님도 적지 않다고 한다.

 

해장국 한 그릇의 가격은 7,000원. 김희선몸국과 마찬가지로 관광지에서 한끼 식사를 해결하는데 부담 없는 가격이다. 주의할 점으로는 제주도에는 미향해장국이 여러 곳 영업중인데 각각 맛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이 맛을 보려면 꼭 중문점을 찾길 바란다.

  

육지 사람들에게 더 유명한 김명자굴국밥


사실 김명자굴국밥은 육지인들에게도 친숙한 상호다. 서울과 경기 등 전국 곳곳에 가맹점을 두고 운영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본점이 제주에 있다는 건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이 집에는 굴국밥과 굴해장국, 굴파전 등의 메뉴가 있는데, 본점에서는 계절에 따라 매생이국밥이 추가된다. 굴국밥과 굴해장국의 차이는 밥이 말아서 나오느냐(국밥), 따로 나오느냐(해장국) 정도다.

 

개인적으로 이 집에서는 매생이국밥을 추천하고 싶다. 겨울 제철을 맞은 굴과 매생이의 영양학적 장점은 차지하더라도 그 깊은 담백함에 박수가 절로 나온다.

 

혹여 비리거나 식감이 낯선 음식을 못 먹는 사람이라도 꼭 한 번 매생이국에 도전해보길 권해드린다.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깐깐한 할망들이 내주는 곰탕 한그릇, 재벌식당


이 집은 제주로 이주한 가수 이정 씨가 TV프로그램에 소개하면서 유명해졌다. 메뉴도 고를 필요 없다. 곰탕 단 한 가지만 취급하기 때문이다.

 

재벌식당의 곰탕은 육지인들에게 다소 낯설 수도 있다. 서울의 유명한 곰탕집에 가면 마치 갈비탕 같은 맑은 국물에 비교적 단단한 육질의 고기가 얹어 나오는데, 이 집에서는 소고기를 푹 끓여 설렁탕처럼 뽀얀 육수 속에 흐물흐물해진 소고기가 헤엄을 치고 있다.

 

양도 많고 맛도 훌륭하다. 아쉬운 점은 그 외적인 부분에 있다.

 

일단 영업시간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부지런한 할망들이 새벽부터 서둘러 밥을 하고 곰탕을 끓이는데 가마솥에 밥이 떨어지면 영업이 중단된다. 다시 밥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또한 이 곳에서 일하시는 할망들의 억센 말투에 기가 질려버리는 관광객들도 많다. 아침 일찍 찾았는데 하필 밥이 떨어지는 타이밍에 들어왔다가 “밥 없으니 기다리라”는 말에 상처를 받은 관광객도 여럿 있다 한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곰탕치고는 비교적 저렴한 8천원이던 가격이 2년새 12,000원까지 올랐다는 점이다. 곰탕국물과 밥이 무한리필되기는 하지만 역시 국밥 한 그릇 값으로는 부담스럽다.

 

가격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한번쯤 맛볼만한 마블링위미점


사실 제주에는 설렁탕이나 갈비탕집이 흔치 않다. 돼지고기 위주로 음식문화가 발전하다 보니 소고기를 주제로 한 음식점 자체가 적기도 하다.

 

그래서 제주에서 제대로 된 갈비탕을 맛보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남원읍 위미리 한적한 곳에 위치한 이 집의 존재감은 두드러진다.

 

동백나무군락지 근처 길가에 자리 잡은 이 집의 메뉴는 갈비탕과 매생이 갈비탕, 단 두 가지다. 갈비탕의 육수는 육지에 비해 다소 바디감이 강하지만 거슬리지 않는다. 아니, 이보다 맑고 정갈했으면 김과의 밸런스가 어긋났을 수도 있다.

 

이 집을 찾은 손님들은 갈비탕을 시키면 무제한 제공되는 김, 그것도 김 가루가 아니라 김 조각에 가까운 이 김을 갈비탕에 넣어먹는 모습에 당황하곤 한다. 낯설기도 하지만 얼핏 생각하면 비리지 않을까 걱정이 들기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밸런스가 잘 잡혀있다. 갈비탕 육수의 깊은 맛이 김 특유의 향을 온전히 감싸버리고 나니 그 뒤에는 김의 고소함만 느껴진다.

 

다만 이 집 역시 재벌식당과 마찬가지로 가격이 너무 올랐다. 처음 9천원이었던 가격이 지금은 13,000원까지 올라버렸다. 평소 관광객 외에 동네 주민들도 많이 찾던 곳이었건만 가격이 오른 후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곳이 되어버렸다.

 

때문에 이 집은 간단하게 한 끼를 해결할 국밥 집이 아니라, 특별한 맛 집을 찾아 다니는 관광객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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