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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전기차 충전중 '펑', 제주에서 첫 충전기 사고 발생

  • 이영섭 gian55@naver.com
  • 등록 2018.08.28 21:12:29

차량과 연결된 상태에서 커넥터 폭발, 대구 사건과 판박이...



우려했던 일이 결국 발생했다.


28일 오후 제주도청 내 급속충전기 중 한 대가 충전중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차주가 자리를 비운 사이 사고가 발생해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이를 지켜본 도민들을 중심으로 충전기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 충전중 폭발한 제주도청 급속충전기


사고는 28일 오후 4시경, 제주도청 급속충전기에서 충전중이던 볼트EV 차량에서 발생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충전중이던 볼트EV 차량과 급속충전기의 연결부위인 커넥터에서 '펑' 소리가 나며 플라스틱 부분이 파손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제주 지역 개방형 충전기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제주에너지공사 관계자 및 충전기 제조사 관계자가 현장으로 긴급 출동해 현장 수습에 나섰다.


▲ 커넥터 부품이 폭발한 해당 충전기


▲ 충전기 제조사 관계자가 현장에 출동해 사고조사를 진행중이다


제주에너지공사 관계자는 "차량과 연결되어 충전이 진행되던중 커넥터 부위에서 문제가 발생, 커넥터 부품이 파괴된 것으로 보인다"며, "보다 자세한 사고 원인은 정밀조사를 통해 밝혀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실 이번 사고는 어느정도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 7월 5일 대구에서 아이오닉EV 차량과 연결되어 충전중이던 전기차충전기 커넥터가 폭발하는, 이번 사고와 동일한 유형의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 관련 기사 : '대구에서 전기차 충전중 사고발생' http://www.jejutwn.com/news/article.html?no=9224 )


▲ 지난 7월 대구에서 폭발한 전기차충전기 커넥터


당시 사고를 놓고 전기차 제조사와 충전기 제조사, 커넥터 부품 제조사에서 폭발 원인에 대해 조사에 나섰으나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은 채 '커넥터 부품에 균열이 발생한 상태에서 빗물이 유입된 것이 원인'으로 추정된다는 결론만을 내놓고 마무리된 바 있다.


충전기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도 이런 추정을 뒷받침하고 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빗물 유입이나 과열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차단기가 먼저 작동해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없는 구조이지만 일부 충전기에 사용된 중국산 저가부품과 잘못된 사용방법 등으로 인해 언제든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 관련 기사 : '빗물에 젖은 충전기 사용해도 괜찮은가?' http://www.jejutwn.com/news/article.html?no=8870 )


즉, 충전기 사용 후 커넥터를 보관함에 넣지 않고 바닥에 던져두는 몰상식한 행동과 비가 내리는 하늘을 향해 커넥터를 치켜올리는 잘못된 행위가 반복되며 충전기에 대미지가 누적되고, 그것이 결국 충전기 폭발사고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 한 관광객이 비가 오는 하늘을 향해 충전기 커넥터를 들어올리고 있다


▲ 사용 후 바닥에 던져두고 간 충전기 커넥터는 파손과 빗물유입 등의 문제로 이어진다


특히 최근에는 일부 충전기제조사들이 원가절감을 위해 중국산 부품의 사용비율을 높이는가 하면 심지어 충전기 핵심부품인 SMPS(전원공급장치)까지 중국산을 사용하면서 충전기 안전성에 대한 신뢰도가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른 데는 전기차 업무를 주관하는 환경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


전국적으로 충전기 설치대수만을 늘리는데 급급한 나머지 업체 선정에서 최저가 입찰방식을 고수해 품질저하를 불러왔으며, 완속충전기에 대한 보조금을 매년 줄이다보니 비가림막이 생략된 충전기가 일반화되고 말았다.


거기에 더해 설치된 충전기에 대한 정기적인 모니터링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다 보니 케이블과 피복이 벗겨지고 노후화된 충전기가 무방비로 방치되어 있으며, 심지어 사용자들이 이를 신고해도 사후조치까지 한달 이상 걸리는 등 문제점이 한 둘이 아니다.

( 관련 기사 : '파손되고 벗겨지고... 충전기가 위험하다' http://www.jejutwn.com/news/article.html?no=9654 )


▲ 관음사휴게소에 설치된 환경부 급속충전기, 피복이 벗겨져 위험한 상태로 방치되어 있다


전기차충전기에 대한 환경부의 무책임한 태도가 계속되자 제주도에서는 제주에너지공사에 관리 및 유지보수 업무를 위임하는 등 자체 대응에 나서고 있으나 예산과 인력 문제로 아직 걸음마 단계인 상태다.


제주에너지공사에서는 올해 약 3,200만원의 예산을 투입, 제주도가 직접 관리하고 있는 급속충전기 57대와 완속충전기 79대에 대한 유지보수 업체를 모집하고 있다.


입찰을 통해 선정된 유지보수 업체에서는 올해 2회의 정기점검을 실시, 충전기와 분전함 누수, 커넥터 균열과 파손 등에 대한 점검과 보수를 실시할 계획이다.


▲ 제주에너지공사의 전기차충전기 유지보수 입찰공고문 내용 중


제주에너지공사에서 계획중인 유지보수가 진행되면 제주도가 직접 관리하고 있는 충전기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안전성이 확보될 수 있으나, 문제는 환경부와 한국전력, 기타 민간업체에서 설치한 충전기들이다.


2018년 7월 기준 제주 지역에 설치된 개방형 급속충전기는 모두 443대이며, 그 중 환경부 충전기가 115대, 한국전력 충전기가 150대, 기타 민간사업자의 충전기가 수십여대에 달한다.

( 출처 : 제주연구원 제주EV리포트 7월호 https://www.jri.re.kr/contents/index.php?mid=0413)


한국전력KDN를 통해 위탁관리되고 있는 한국전력 충전기의 상태가 그나마 양호하지만 환경부 충전기와 민간사업자들의 충전기는 여전히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셈이다.

 

이에 전기차를 사용하는 도민들은 제주도가 좀 더 적극적으로 충전기 관리에 나서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환경부와 민간사업자들을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을 감안하면 아예 제주 지역 전체 충전기에 대한 유지보수 권한과 예산을 제주도가 가져오는 것도 검토해볼만 하다.


특히 내년 1월부터는 전기차 충전기 앞 내연기관차량 주차와 충전방해행위에 대한 단속이 시작된다.


▲ 전기차충전기 앞에 주차된 내연기관차, 내년 1월부터는 과태료가 부과된다


어차피 충전기 단속인력이 필요함을 감안하면 이들 인력을 통해 매일 충전기 상태를 점검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혹은 극심한 취업난을 격고 있는 중장년 인력을 고용해 충전기 단속과 모니터링을 전담할 조직을 운영한다면 혹시 모를 안전사고로부터 도민과 관광객들을 보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도민의 안전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태풍 '솔릭'이 제주를 덮쳤을 당시 원희룡 지사가 밝힌 "도민의 생명과 안전, 재산을 지키는 것이 제주도정의 존재 이유'라는 발언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상기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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