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이러니한 인프라 친절

2022.06.23 14:46:28

조성수 서귀포시 평생교육지원과 교육지원팀장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전쟁 또는 전염병 등이 아니고서는 가족 모두를 데리고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전쟁 발발 또는 전염병 창궐이 아닌데도 타지역으로 이주하는 인구 대이동이 1970년대 초에서 1980년대 중반까지 우리나라 역사에서 처음으로 일어난다.

 

경제개발 5개년 중공업 산업으로의 재편 시기와 맞물려 농촌인구가 대거 도시로 이주하는 시기로 이때 우리 집도 산골 촌에서 읍내로 이주하였다.

 

이 시기 유입 인구수가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해당 지역 발전의 향방이 결정되었으며 주민등록상 등록 인구수는 행정·정책 결정을 할 때 가장 중요한 지표 중 하나로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정주에 기반을 둔 인구 개념을 넘어선, 다소 생소한 「관계 인구」라는 용어가 주목받고 있다. 관광ㆍ체험ㆍ동향 출신 등 지역에 호감을 가지고 있는, 주민등록이 되어 있지 않은 외지인을 의미한다고 한다.

 

주민등록을 둔 주 생활 본거지 이외에 빌딩 대신 산, 항만 대신 바다, 도로 대신 오솔길 품은 숲 등 자연 인프라가 풍부한 지역에서 일을 병행하면서 휴가, 휴양까지 할 수 있는 워케이션(‘WORK’와 ‘VACATION’의 합성어)이 「관계 인구」의 좋은 사례가 아닐까 싶다.

 

IOT(사물인터넷), 메타버스. 자율주행, UAM(도심형 항공 모빌리티) 등 최첨단 디지털 기술의 빠른 발전은 공간에 기반을 둔 전통적 생활방식을 빠른 속도로 무력화시켜 나가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최첨단 디지털 기술은 머물고 싶은 제2의 체류 지역의 범위를 천연자원이 잘 가꾸어져 보전되고 있는 청정휴양지역까지도 가능하게 바꿔놓음으로써 70∼80년대 썰물 빠지듯 빠져나간 인구로 지역 소멸까지 걱정하고 있는 지역에 이「관계 인구」가 한 가닥 희망이 되고 있다.

 

마천루가 즐비한 도시, 우뚝 선 공장 굴뚝, 쭉쭉 뻗은 아스팔트 도로만이 지역을 눈부시게 발전시키는 줄로 알았는데 손때 묻지 않은 청정지역이 인구를 유입시킬 최고의 인프라가 될 줄 그 누가 알았겠는가?

 

우주를 넘나드는 최첨단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청정지역에서 심신을 치유 받고자 하는 바가 영원한 인간 본성이라면 또 하나의 값진 천연 인프라- 친절을 나는 나의 몸에 장착시키고 싶다. 그들과 내가 이곳에서 편히 어울리면서 계속하여, 반복하여 머물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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