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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까스가 생각나는 주말이면 그 곳으로

[제주 맛 집, 조수리 데미안]

이영섭 기자  2017.01.13 14: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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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돈까스가 배터지게 먹고 싶을 때가 있다.


특히 요즘처럼 방어와 굴이 제철인 시기에는 거의 매일 해산물 위주로 식사를 하게 되다보니 기름지고 바삭한 음식을 몸이 찾곤 한다.


그럴 때면 찾는 음식점이 한 곳 있다.


한경면 조수리, 한적한 마을 한 켠에 자리 잡은 돈까스 전문점 데미안이 바로 그 곳이다.


 


본래 서울에서 각각 회사원과 자영업자로 살아가던 부부가 어느 날 모든 것을 내려놓고 제주로 내려왔다.


관광객은 커녕 동네 사람들 외에는 인적조차 드문 한경면 조수리, 그 마을 깊숙 한 곳에 구옥을 개조해 집을 만들고, 돈까스 전문점을 오픈한 이 부부의 이야기는 안 주인이 직접 쓴 책 '제주에서 당신을 생각했다'를 통해 널리 알려진 바 있다.


그 후 시간은 흘러 흘러 그 두 사람은 데미안을 또 다른 이주민 부부에게 임대한 후 멀리 가파도로 떠났다.


즉, 현재 데미안을 운영하고 있는 건 2대 사장 내외인 셈이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간판조차 잘 보이지 않는 그 곳, 입구 한 켠에는 영업 시간을 알리는 작은 팻말이 붙어 있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 하루에 불과 5시간만 영업하는 돈까스 집.


육지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지만 이 영업시간은 돈보다는 삶의 질을 선택한 1대 사장부터 계속되어온 데미안만의 철학이다.


즉, 이 집의 돈까스를 맛 보고 싶다면 저 시간을 꼭 준수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제법 넓직하고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정원을 지나 실내로 들어서면 1대 사장 내외가 하나부터 열까지 스스로 꾸몄다는 인테리어가 눈길을 사로 잡는다.


아마추어의 솜씨지만 직접 살아가야 할 곳이기에 무엇 하나 허술하게 넘어가지 않고 꾸민 흔적이 역력하다.



이 집의 메뉴는 단 하나, 돈까스 정식이다.


돈까스를 주문하면 먼저 전복죽이 나오는데, 그 맛이 전문점에 못지 않다.


가끔 참기름이 과한 것 아닌가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참기름 자체도 워낙 품질 좋은 것을 사용하기에 결코 거슬리지 않는다.



이 집의 메인 메뉴인 돈까스의 첫 인상은 '작다' 이 한 마디로 함축할 수 있다.


그렇다. 12,000원이라는 가격을 생각하면 돈까스 두 덩이가 왠 말인가.


하지만 걱정할 필요 없다. 음식이 남을까봐 기본 제공되는 양이 작을 뿐 무한 리필이 가능하다.


이 무한 리필 서비스 또한 1대 사장부터 지금까지 전해오는 데미안의 철학 중 하나다.


돈까스의 맛은 어떤가.


최근 들어 제주 곳곳에 이주민들이 오픈한 돈까스 음식점들이 셀 수 없이 많아졌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제주에서 돈까스로 유명한 집을 꼽으라면 바로 이 데미안과 애월의 서촌제가 꼽히곤 했다.


서촌제의 경우 먹거리X파일 방송에 출연한 후 급격하게 유명세를 탄 곳인데 두부를 끼얹은 옛날식 돈까스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아쉽게도 이 곳 역시 원래 방송에 출연했던 1대 사장님이 손님이 너무 많아져 번잡스럽다는 이유로 가게를 다른 분에게 넘기고 사라졌다.


그 후에도 영업은 잘 되고 있으나, 소스의 맛이 다소 변했다는 의견이 존재한다.


하지만 데미안은 1대에 이어 2대에도 맛의 비법 전수가 잘 이루어졌는지 편차가 거의 없이 일정하다.


돈까스 뿐만 아니라 같이 제공되는 피클과 감자튀김 등의 서브 메뉴도 예전과 별 차이가 없으니 안심해도 좋다.



주말이 가까워지면서 바삭한 돈까스를 무한정 먹고 싶을 때, 토요일 오전 제주 공항에 도착해 한적한 곳에서 에너지를 보충하고 싶을 때, 바로 그 때 이 곳 데미안의 돈까스를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