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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전기차 천국 제주는 옛말, 충전기 사용 갈수록 어려워진다

  • 이영섭 gian55@naver.com
  • 등록 2018.09.27 07:16:01

전기차 보급대수에 비해 충전기는 턱없이 부족... 비어 있는 충전기가 없어

지난 민선6기 원희룡 도정의 중점 추진사업 중 하나였던 카본프리 아일랜드 2030 정책, 그리고 그 중심에 섰던 전기차 천국 제주라는 명성이 조금씩 퇴색되고 있다.


제주가 전기차 보급대수와 충전인프라 등 모든 면에서 전국 최고라는 만족감에 안주하고 있는 사이 막대한 예산을 앞세운 후발주자들이 어느새 턱 밑까지 따라왔기 때문이다.


먼저 전기차 보급대수에 대해 살펴보자.


한국전력공사에서 집계한 통계를 살펴보면 2018년 8월 기준 전국에 보급된 전기차는 총 40,113대다.



각 지자체별로는 제주도가 12,144대로 가장 많았으며, 그 뒤를 이어 서울이 6,942대, 경기도가 4,559대, 대구시가 4,143대로 그 뒤를 이었다.


당장 전국 보급대수 1위 자리는 지켰지만 환경부에서 매년 제주도에 배정하는 보조금 물량을 줄이고 있는 반면 서울과 대구 등 대도시에 돌아가는 물량은 늘리고 있어 순위가 역전되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소요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울과 인천, 경기도의 경우 사실상 수도권이라는 동일생활권으로 묶여 있는데, 이들 지역의 전기차 등록대수 합계는 12,560대로, 이미 제주를 넘어섰다.


쉽게 말해 수도권에서는 이미 제주보다 많은 전기차가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5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전기차 전시회 현장


전기차 보급과 운영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충전기 인프라에 대해 살펴보자.


한국전력 통계에 따르면 2018년 9월 20일 기준 전국에 설치된 충전기 중 개인용을 제외한 개방형과 부분개방형 충전기는 총 15,076기다.


이 중 한국전력이 설치한, 실시간 현황파악이 가능한 개방형과 부분개방형 충전기는 총 6,472기인데, 이에 대한 지역별 분포도와 사용률을 살펴본 결과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한국전력 충전기가 가장 많이 설치된 곳은 경기도로 무려 1,534대가 운영되고 있었다.


그 뒤를 이어 서울시가 1,130대, 대구시가 480대, 경상남도가 434대, 인천시가 335대 등으로 뒤를 이었으며, 제주도에 설치된 충전기는 고작 332대에 불과했다.


전기차 등록대수가 비슷한 제주도와 수도권을 비교해보면 수도권에는 12,560대의 전기차가 2,999대의 한국전력 충전기를 나눠 사용하고 있는 반면, 제주도에서는 12,144대의 전기차가 332대의 충전기를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사용율에 있어서 제주도는 타 지역을 압도했다.


전국 평균 사용율이 4%, 수도권과 대구 등의 사용율도 1~4% 내외인 반면 제주도의 충전기 사용율은 무려 17%로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완속충전기를 포함한 수치다.


기준이 되는 6,472대의 충전기에는 완속충전기가 약 삼분의 이 가량을 차지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제주 지역에서 운영중인 한국전력 급속충전기는 100기 내외다.


이를 바탕으로 추정해보면 평일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제주도에 설치된 100기의 한국전력 급속충전기 중 적어도 삼분의 이, 많게는 절반 가량이 사용중이라는 결론. 


최근 제주 지역 전기차 사용자들이 "비어 있는 충전기가 없다"고 불만을 토로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 제주에서는 어느새 비어있는 충전기를 찾기가 쉽지 않은 일이 됐다


이처럼 제주 지역의 충전 환경이 급속히 악화된 것은 민간보급 물량 외 렌터카 등 늘어나는 전기차 숫자를 충전인프라 확대속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전력과 환경부 등 관계기관이 제주 지역에 신규 충전기를 설치하는데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에 제주도는 제주에너지공사에 충전인프라 확충을 일임, 올해 교통약자 맞춤형 급속충전기 52기를 설치할 예정이며, 내년에도 관련사업을 지속 추진해 자체 충전인프라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제주에너지공사에서는 충전기 유지보수를 담당할 업체를 선정해 유지보수와 안전강화에 힘을 쓸 예정이어서 상대적으로 관리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타 기관 충전기에 비해 높은 사용자 만족도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 올해부터 제주도에 설치되는 교통약자 맞춤형 충전기. 일반에게도 개방되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이런 관계자들의 노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지난 민선 6기 제주 전기차 보급사업에 앞장섰던 원희룡 지사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원 지사에 의해 추진해온 전기차 보급과 관련 사업이 이제 막 싹을 피우려는 와중에 '블록체인'이라는 또다른 아이템에 올인하는 모습에 업계 관계자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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